[체코발 원전 훈풍] 유럽에서 동남아까지...K-원전 수주 확대 기대감
최종수정 : 2024-09-20 01:00기사입력 : 2024-09-20 01:00최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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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나오는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체코 두코바니 원전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우리나라가 체코 원전 수주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친(親)원전 기조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탈(脫)원전을 주창하던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원전 재가동에 나서고 있고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도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다. 원전을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육성 중인 정부는 체코에 이은 추가 원전 수주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발표한 '2050년까지 에너지·전기·원자력 발전 추정' 보고서를 통해 2050년 글로벌 원전 발전 용량이 950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재보다 2.5배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13기의 총 발전 용량은 371GW로 집계됐다. 

IAEA는 보고서에서 "세계 기후 목표 확대와 에너지 안보 수요에 따라 원전 발전 용량이 확대될 것"이라며 "원전 산업이 고성장한다면 2050년까지 950GW, 저성장하더라도 (지난해 대비) 40% 증가한 514GW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원자력발전은 과거 체르노빌 폭발 사고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거치며 영향력이 축소되다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겪은 뒤 이산화탄소 발생 없이 대량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재생에너지 확대를 기치로 내걸고 탈원전에 속도를 내던 유럽 국가들은 최근 앞다퉈 원전 재가동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원전에 소극적이던 동남아도 신규·추가 도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수력·화력 발전에 의존해 온 베트남은 최근 안전성 논란 등으로 도입을 보류했던 원전 건설을 재검토하고 있다. 

태국도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전력 수요 증가세를 감안해 이달 내놓을 '2024년 국가에너지계획'에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규 발전소 건설 계획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도 각각 2030년대 초 원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전히 탈원전 방침을 고수하는 독일과 대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만 역시 인공지능(AI) 산업에 소요되는 전력 확보를 위해 2030년 원전 재가동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베트남 등 신흥 시장에서 원전 수요가 늘어나면 우리나라 원전 수출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특히 베트남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양국 정상이 원전 협력을 명시한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이후 베트남 정부가 원전 도입 계획을 취소하면서 수출이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계기로 유럽은 물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와 추가 수주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K-원전 경쟁력이 전 세계에 각인된 만큼 발주 문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체코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24조원 규모 원전 건설 수주가 본계약 체결까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 사격에 나섰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를 교두보로 삼아 유럽·동남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면 추가 수주 낭보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미국 대선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면 (이번 체코 원전 수주가) 우크라이나 원전 수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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